‘여순사건’ 조례안 ‘여수시vs의회’ 충돌

‘여순사건’ 조례안 ‘여수시vs의회’ 충돌

시-재의요구, 의장-시의회 입법권에 대한 도전

승인 2019.04.12 16:51:13 | 김형규 기자 | 105khk@hanmail.net

 

여수시의회에서 의결된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조례안’에 대해 권오봉 시장이 지난 11일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자 서완석 의장이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해 파장이 예상된다.

 

여수시의회 서완석 의장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권오봉 시장의 시의회 재의 요구에 대해 “시의회의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서 의장은 “당시 본회의에서 의원들 간 진지한 토론과 표결을 거쳐 수정 의결된 조례안은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현저하게 해치지도 않았으며, 의회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조례안에 이의가 있다는 사유로 재의요구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정 파트너인 시의회와의 협치와 상생을 파탄 내는 이러한 독선적 행정이 계속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자료에 따르면 권오봉 시장은 재의요구의 주요한 사유로 ‘일부 종교단체가 위원회 명칭과 종교적 성향의 차이로 시민추진위원회에 참여가 불가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서 의장은 “자치법규는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한 규범으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하며, 이에 따라 추진위원회 명칭도 조례의 제명 및 각 조에 명시된 ‘위령사업’과 일치시킨 것으로 의회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의 표결을 거쳐 최종 의결되었다”고 말했다.

 

또 권 시장이 재의요구서에서 일부 종교단체의 입장만을 두둔하고 있으며, 특히 “유독 제6조 추진위원회 명칭만을 문제 삼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시장도 위령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추진위원회도 위령사업 계획을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는데 왜 이들 조항은 문제가 안 되는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권오봉 시장의 이번 재의요구는 실제적으로 아무런 실익도 없고 지역사회에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라면서 “결국 시장이 조례를 근거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던 시책을 스스로 무산시키는 꼴이며, 소모적인 갈등만 반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인근 순천시를 포함해 전국 67개 지자체에서 위령사업 지원조례를 시행하고 있으며 ‘위령’이라는 용어가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왜 우리 지역에서만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면서 “재의요구로 의회와 대립각만 세울 게 아니라 반대단체의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시장의 책무”라며 권오봉 시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서완석 의장은 “지역사회의 갈등만 증폭시킬 뿐인 조례안 재의요구를 즉각 철회할 것과 종교계를 포함한 지역사회 단체를 설득하고 협력을 구하는 일에 먼저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어 “여수시의회는 그동안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앞장서 왔듯이 위령사업 추진을 위해 전폭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7일 여수시의회 제19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기획행정위원회가 심사·수정한 ‘여수시 여수·순천 10·19사건 지역민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됐다.

 

이 수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추모’와 ‘위령’을 두고 용어에 대한 찬반 격론이 벌어졌으며, 이에 17개 단체로 구성된 여수기독교단체총연합회는 ‘위령사업추진위원회’를 ‘지역민 희생자 추모사업 추진위원회’로 개칭 해 줄 것을 여수시의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서완석 의장으로 부터 이례적일 정도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은 여수시의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지역 정계에서는 각가지 정치적 해석을 내놓으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편 지방자치법에 의하면 재의 요구된 안건은 의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당초 의회가 최종 의결한 안대로 확정이 되고,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의회가 의결한 수정안은 물론 최초 시장이 제출한 개정조례안, 기획행정위원회의 수정안도 모두 폐기된다.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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